길을 가다 우연히 키보드 하나를 주웠습니다. 딱 봐도 기계식 키보드라 가격이 꽤 될 거로 생각하고 바로 주워왔죠. 역시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. USB 케이블은 잘려나갔고, 작동도 잘 안 됩니다.
하지만 의지의 한국인인 제가 포기할 수 없죠. 결국 직접 고쳐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. 고장난 앱코 무접점 키보드 K945P 직접 수리해본 후기 알려드립니다.
💡 키보드의 고장 및 수리는 제조사의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. 임의로 분해 및 수리 시 무상 보증 및 수리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. 직접수리는 전문가 아니면 따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.
제가 주운 키보드는 ABKO에서 나온 무접점 키보드로 모델명은 K945P V2입니다. 키보드 끝판왕인 무접점 키보드 치곤 가격이 저렴합니다. 리얼포스나 해피해킹 키보드는 토프레 스위치를 사용하여 30~40만원대입니다. 정말 비싸죠.
반면 ABKO는 노뿌(Noppoo) 무접점 정전용량 키보드를 채용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. 제가 득템한 앱코 무접점 키보드 K945P V2는 약 10만원 정도 합니다.
앱코 무접점 키보드 K945P V2
잠깐 타건을 해보니 무접점 키보드 특유의 도각거림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. 이 느낌 은근히 빠져드네요. 어떻게 든 고쳐서 사용해봐야죠!
키보드를 살펴보니 USB 케이블이 잘려있어서 PC와 연결을 할 수 없습니다. 안 쓰는 USB 케이블을 이용하여 키보드와 납땜으로 연결했습니다. 보드 쪽과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서 연결하고 똑같은 전선 색깔로 연결했습니다.
usb케이블 연결
조심스럽게 PC에 꽂아보니 인식이 됩니다. LED도 정상적으로 들어오고 키도 잘 눌리고 컴퓨터에 입력도 잘 됩니다.
하지만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. 자꾸 다른 키가 작동합니다. 처음에는 자꾸 P 버튼이 눌립니다. 제가 누르지도 않았는데도요.
앱코 무접점 키보드 청소
키보드 청소를 하면 괜찮아질까 하고 앱코 키보드 전체를 분해하고 이물질을 깨끗히 제거했습니다. 스위치 스프링 간격이 안 맞아서 그런가? 하고 스프링도 다른 키의 스프링과 바꿔봤습니다.
노뿌 무접점 스위치
그런데 웃긴게 이번엔 - 키가 자꾸 동작합니다. 그렇게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몇 번. 조립만 하면 오동작 하는 키의 위치가 바뀌니 도대체 원인도 모르겠고 이 상태로는 도저히 키보드를 사용할 수가 없네요.
버릴까 말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꼼꼼히 확인해보자는 심정으로 보드 쪽을 면밀히 살펴봤습니다. 그러다 드디어 원인을 찾았습니다. 키보드의 키패드에서 눌려진 입력신호를 메인 CPU 보드쪽으로 전달하는 커넥터의 납땜이 불량이었네요.
키보드 냉납 수리
자세히 보면 납땜이 살짝 떠 있죠. 이런 경우를 냉납이라고 하는데 가끔 제품 불량으로 나오는 사례가 있습니다. 납이 기판에 녹아들어 딱 붙어있어야 하는데 살짝 떠 있습니다.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문제없이 동작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계속 충격을 받으면서 결국은 접속 불량으로 증상이 나타난 거 같네요.
납땜을 깔끔하게 하고 나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 와우! 정상 작동합니다. 자꾸 다른 키가 자동으로 눌러지는 현상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. 이로서 오늘 10만 원 굳었습니다. 뭐 버려진 중고 제품이라 실제 가치는 훨씬 낮겠지만, 이 제품 사용해 보니 저에겐 1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.
그렇게 앱코 무접점 키보드 K945P는 저의 메인 키보드가 되었습니다. 무접점 키보드의 이 도각거림? 사각거림?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. 기존에 청축과 저소음 적축을 사용중이었는데 키압이 청축보단 가벼운데 저소음적축보다는 무거운 거 같아요.
청축보단 조용하고 피로도도 덜 느끼고, 키감도 좋더라고요. 게다가 화려한 LED 효과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매크로 설정도 가능하고 부가 기능도 마음에 듭니다. 앱코 무접점 키보드 K945P V2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인 건 틀림없습니다.
댓글 영역